알기쉬운 경제이야기 - 소비양극화 현상과 ‘베블린 효과’
외환위기 이후 계층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소비의 양극화와 고급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식료품, 주거 등 필수적 소비지출은 감소한 반면 교양, 오락 등 선택적 소비지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도시근로자 가계의 소비지출 중 선택적 소비지출의 비중은 1997년 18.3%에서 2004년 22.6%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선택적 소비지출의 증가는 소비의 고급화 추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주로 고소득층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외환위기 이후 2535세대(25~35세)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초고가상품에 대한 수요가 창출되면서 100만원대 화장품, 300만원대 유모차, 1000만원대 인형 등이 등장했다. 이와 반대로 1000원짜리 값싼 물건을 파는 '1000원 마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의 불경기속에서도 고소득층은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비싼 물건을 소비하고 있는 반면 저소득층은 싼 물건에 집중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즉 고소득층의 비싼 물건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한편 저소득층의 값싼 물건에 대한 소비 역시 증가하는 소비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불황임에도 고가의 제품은 오히려 더욱 잘 팔려나가는 현상을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라고 한다. 즉,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으로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렌이 1899년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베블렌 효과'는 소비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확대시켜 계층간 갈등을 야기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이러한 사회적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고소득층이나 저소득층이나 서로를 배려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즉, 고소득층은 자신의 소득수준에 맞는 생활을 누리되 주변의 저소득층을 위한 기부를 활성화 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이 누리는 화려한 생활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김기정 한국은행 제주본부 기획조사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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